승승장구하는 기업·최고경영자일수록모든 것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워
핵심역량과 무관한 사업진출 등 무리수 둬항상 겸손하게 시장과 고객의 소리 경청해야
이번 도요타와 금호아시아나 사태는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두 회사가 성공의 정점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간 공격적인 M&A를 통해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순식간에 재계 순위 8위로 뛰어오르며 톱 5위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이야기했다. 도요타 역시 미국의 '빅(big) 3'에 눌려 수십 년간 고전하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 자동차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공격적인 경영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수많은 기업이 도요타의 생산방식을 벤치마킹했다.이렇게 승승장구하던 두 기업이 왜 큰 위기를 맞게 되었을까? 두 기업의 사례가 주는 교훈을 리더십이란 렌즈를 통해 정리해 본다.
■실패 뒤에 숨어 있는 CEO의 '착각'
첫째, 기업이 성공하면 할수록 CEO는 모든 것이 계획한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성공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지만, 도(度)가 지나치면 자신이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위험한 착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잘나가던 금호아시아나의 최고경영자들에게는 주위 많은 사람이 우려하던 주당 3만1500원의 풋백옵션은 '달성 가능한' 목표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눈으로 보면, 대우건설 주가가 2009년에 3만1500원이 될 것이라는 회사 측의 염원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신(神)'이 되어버린 최고경영자
둘째, 성공 기업의 CEO가 되고 나면 회사에선 자신을 지지하는 층이 점차 넓어지고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기업이 성공하면 할수록 최고경영자는 '신'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신을 보좌하고 있는 가신이나 측근들의 영향력도 점차 절대적이 된다. 그리고 이들은 최고경영자가 듣고 싶고 보고 싶은 사실만 전달하기 시작한다. 결국 CEO는 왜곡된 현실 속에서 살아가기 시작한다.
도요타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던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의 모든 매스컴은 일본 최대의 광고주 중 하나인 도요타의 비위에 거슬리지 않기 위해 회사에 부정적인 내용은 다루지 않고 애써 은폐하려 했다고 한다. 또한 충성스런 가신들은 자신의 리더가 들어서 골치 아픈 이야기보다 '달콤하지만 왜곡된 현실'을 전달했다. 금호아시아나 역시 확장 일로에 있었고, 박삼구 회장은 그룹 내에서 절대적인 힘을 행사했다. 이렇게 잘나가던 그룹의 회장 앞에서 인수 자금의 절반이 넘는 3조5000억원을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하고 이를 풋백옵션으로 보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를 지적할 용기 있는 직원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CEO의 힘이 절대적으로 변할수록 회사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CEO의 개인 선호도에 따라 결정하기 시작한다. 측근들은 비판적 의견이 CEO에게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고, 회장님(또는 사장님) 이름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기 시작한다. "그건 사장님이 원하시는 방식이 아니다" 혹은 "사장님이 말씀하시기를…"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구색 갖추기와 상징적 목표를 위한 과잉충성
셋째, 기업이 성공하게 되면 CEO는 자신감이 넘쳐 회사의 핵심역량과 무관한 사업에 뛰어드는 등 사업 다각화를 명목으로 구색 갖추기를 진행하게 된다. '이 정도 되었으면 건설회사 하나쯤은…'과 같은 생각이다. 또는 회사의 성장 또는 이익과는 상관없는 상징적인 목표(예를 들면 미국 내 자동차 업계 1위 내지는 국내 재계 몇 위)를 위해 조직의 많은 자원을 낭비하게 된다. 또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사라지고 CEO의 개인적인 소망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 내부에는 과도한 충성과 모험을 하려는 사람들이 점차 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미국 자동차시장 1위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속적인 품질 향상을 통해 고객을 감동시키고 이익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 '이 정도 성공했으면 폼 나게 글로벌 회사의 CEO가 되고 싶다'는 최고경영자의 '소망' 때문에 철저한 시장 분석이나 준비는 뒷전으로 밀려난다. 외국 기업 M&A와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다가 쓰디쓴 실패를 경험한 기업이 하나 둘이 아닌데 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리더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은 이렇게 왜곡된 현실에 둘러싸여 착각 속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를. CEO를 포함한 회사의 구성원 모두가 성공했다는 생각을 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겸손히 시장과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라. 진리는 항상 시장과 고객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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